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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8. 둘째 돌 즈음하여.

Econoim 2019. 9. 11. 14:41

8월 말, 클리앙 육아당에 올린 글. 

둘째 임신 사실은 육체적으로도 그렇지만 정신적으로도 꽤나 힘들었었는데, 그게 벌써 일년반이 넘었네요. 이제 다음주면 또 새학기가 시작하는 날이라.. 마음도 신변잡기들도 차곡차곡 잘 정리를 해두어야 다른 일에 집중도 할 수 있고 해서, 소소한 근황들을 또 돌아봅니다. 

신랑도 저도 그리고 첫 아이도 모두 첫째여서 둘째의 맘을 잘 모르겠기도 하고. 저랑 신랑이랑 첫아이랑 모두 성격이 비스무리한데 둘째는 다른 것 같기도 하고. 첫째는 엄빠를 갈아넣어 키웠는데 둘째는 이모님이 키워주셔서 내가 모르나 싶기도 하고. 첫째는 팔다리도 길쭉길쭉하니 이쁜데 둘째는 너무 짤뚱짤뚱해서 볼때마다 귀엽기만 하고. 둘째는 성별이 달라서 엄마가 잘 모르겠기도 하고. 여러 맘이 드네요. 둘째는 마음의 준비를 못해서 그렇지 참 복덩이었는데 엄마가 몰라줘서 미안해 이런 맘도 들고요. 뭘 해도 첫째와 비교하게 되고 덜해주게 되고 그런게 안쓰럽기도 하고 그러네요. 

쓰고보니 둘째랑은 영 안친한 것 같은데, 그렇진 않아요. 둘째는 애교쟁이라 별명이 사랑둥이이기도 하고요. 엄마한테 안겨있으려고 하는 시간이 많기도 하고 저도 최대한 받아주려고 하다보니 팔을 잘 못쓰는 지경까지 되기도 했고요.. 날짜맞춰 딱딱 성장하는 아이들 보면 무슨 능력 유전자 캡슐이 터지는 기분이 들기도 하네요. 어린이집을 다니는데 어느날은 아파서 둘째는 안보내고, 엄마 아빠 누나만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근데, 신발을 들고 오길래, 넌 안갈거야 그랬더니 으앙 하고 우는게 어찌나 귀엽던지요. 둘째는 우는 것조차 귀엽다더니 진짜 그래요. 첫째는 악~~~ 하고 울었었는데 둘째는 으앙~~ ㅋㅋ 

첫째는 애교라곤 저 멀리지만, 그게 또 웃기긴 해요. 얼마 전에는 '너 그거 알아?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좋은거다?' 그랬더니 딸이 '어 나도 알아' 하길래, '진짜? 너도 엄마가 제일 좋아?' 그랬더니, 이 녀석 대답이 '아니, 책에서 봤어' 라길래 진짜 빵 터졌네요. 그래도 뭐든지 엄마랑 하는게 젤 좋아서 아직 혼자하는 특별활동같은 건 가기 싫어하기도 합니다^^;;;;  

48~49개월쯤 한 2주 정도 사이에 글을 줄줄 읽길래 어린이집 선생님께 여쭤봤더니, 놀이식으로 가르쳐주셨다고 하더라고요. 한글을 배우는데 글자를 통으로 외우는 아이들이 있고, 조합하는 법을 배우는 아이들이 있다고 하는데 저희 아이는 전자였던 모양이에요. 수 감각도 좋다고 수 놀이도 단계에 맞게 잘 해주셨는데(무언가 너무 이른 시기에 물어보면 -예를 들면 짝수가 뭐에요? 따위의- 그건 선생님도 몰라 하면서 안가르쳐주시고, 괜찮다싶으면 가르쳐주시고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올해는 담임선생님도 바뀌고 저도 방치수준이에요. ㅋ그나마 있어보이는 소질을 키워주지 않는 것 같아 어딘지 아쉬운 느낌도 들긴 하는데... 학습은 장기전이니 욕심내지 않는 편이라고 생각은 하는데... 문제는 누나랑 많이 다른 것 같은 둘째를 어떻게 키워야할지 아직도 감이 안오네요;;; 저희 이모님은 예민한 첫째 키우다 세상 순한 둘째 키우니 편할거다 하시는데, 저는 왜인지 모르게 더 어려운 느낌이에요. ㅋ 

게다가 제가 많이 의지했던 그 선생님이 아이를 3년동안이나 봐주셨는데 8월까지만 나오시고 어린이집을 그만두셔서, 이러한 헤어짐이 또 새삼 나이듦을 느끼게 하네요. 그래 인생이 다 헤어지고 만나고 하는거지 뭐 이런 류의 느낌이요. 

제가 확실히 육아랑 멀어지고 조금 더 제 삶 쪽으로 온 것 같은게, 육아에 있어서 뭘 해야할지 잘 모르겠는 것 같아요. 예전엔 아 이거하면 되겠다 이거하면 되겠다, 나의 개입은 여기까지지. 라는 확신이 있었다면 지금은 아 모르겠다, 내껏도 바쁘다. 뭐, 애들 알아서 잘 크겠지. 첫째는 많이 컸으니 다행이고 둘째는 누나가 있으니 다행이지. 이런 생각도 하고요. 둘이 좋습니다? ㅋㅋㅋ 한편으로는 지금보다 더 학업에 집중해야할텐데, 아직까지는 회색분자처럼 육아에 1/3은 걸쳐놓았던 느낌이네요. 이게 교수님께도 보이니 그렇게 혼났나봐요 ㅋㅋㅋ 다음학기는 좀 더 저한테 집중하고 또 그만큼 아이들한테 아쉬운 엄마가 되겠지만 엄마한테는 엄마 인생이 먼저지.. 라는 생각도 들고, 우리 엄마는 참 대단하셨네...라고 생각 도돌이네요. 

육아당에 다른 글들도 같이 아이키우는 이야기인지라.. 모두 힘이 되어요. 모두들... 아프지 마셔요.